#대구에서 건축설계업을 하는 임병환(34)씨는 출근길에 깜빡이등도 안 켜고 끼어드는 앞차 때문에 화가 잔뜩 치밀었지만 이내 누그러졌다. 그 차의 뒷유리창에 붙어 있는 ‘맵피’ 마크를 보고 바로 속도를 줄여 길을 열어 줬다. 맵피는 엠앤캐스트가 만드는 내비게이션용 지도. 맵피 사용자 130만여 명은 차량에 이런 마크를 붙이고 다니며 서로 길을 양보하고 상향등을 켜 인사를 나눈다.
#서울에서 홍보회사에 다니는 김우진(27)씨. 김씨는 얼마 전 MP3용 아이콘을 인터넷에 올렸고 그걸 내려받은 사람을 지하철에서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레인콤은 자사의 MP3나 내비게이션의 초기 화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라디오나 음원 리스트 등의 아이콘을 고객들이 만들면 인터넷에서 이를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
#SK텔레콤 가입자의 연결고리는 ‘T링’이라는 식별음. 서울에서 홈쇼핑회사에 다니는 김영훈(37)씨는 “길이나 식당에서 ‘띵띵띠링띵’하는 T링이 들릴 때마다 나랑 같은 이통사 가입자구나 싶어 한 번 더 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20~30대 소비자를 많이 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최근 자사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끼리만 공유할 수 있는 문화를 제공하는 ‘아이덴슈머 마케팅’에 팔을 걷었다. 고객들이 ‘우리끼리’라는 동질감을 느끼도록 서로 교류할 수 있는 문화나 문화의 장을 만들어 준다. SK텔레콤이 T링 서비스를 하는 것도 ‘010’ 가입자가 많아지면서 기존 ‘011’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브랜드 마케팅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이 회사 임성식 마케팅팀장은 “아이덴슈머 마케팅은 브랜드 마케팅이나 프로슈머 마케팅에서 한 발 더 진화한 것”이라며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문화 코드를 개발했더니 가입자의 응집력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맵피 사용자들은 지도의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거나 지름길을 찾는 정보를 공유하면서 결속력을 다진다. 이 회사 황승호 경영기획팀장은 “고객이 올린 정보는 지도 기능 향상에도 활용한다”고 말했다. CJ인터넷은 ‘쿵야 어드벤처’라는 게임을 즐기는 사람의 사랑방 구실을 하는 ‘친구’ 시스템을 게임 속에 넣었다. 이 쿵야 게임에서 친구가 된 게이머들은 다른 게임 공간에서 만나 게임 방법을 가르쳐 주고 아이템을 나누며 우정을 쌓는다. 아이덴슈머 마케팅에 쌓인 고객 아이디어는 다른 제품 판촉에도 쓰인다. 레인콤은 고객이 만든 MP3플레이어 초기 화면의 아이콘을 자사의 전자사전이나 내비게이션 등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장정훈 기자
나는 이동규!




